페리지갤러리
2019년 9월 6일 ~ 2019년 11월 9일
최대진, 날 집에 데려 가지마, 울산바위 / Don't take me home, Giant rock of Ulsan, 2019, 종이에 먹 / Chinese ink on paper, 57 x 4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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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느끼고, 이를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어떻게 다시 보여주어야 하는 가에 대하여 천착하고 있다. 그는 지속적으로 드로잉을 그려오고 있으며, 드로잉을 기반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에 맞춰 한 전시공간 안에 여러 매체를 다양하게 구성해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생명체를 우주로 보내는 실험에 이용된 개들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된 뒤 ‘인간들에게 이 개들은 도대체 어느 자리에 위치 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시작되었다. 《개의 자리》라는 전시 제목은 이 출발점을 상징한다. 하지만 전시는 온전히 이러한 개들에 관한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으로 확장된다.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작품과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먼저 전시 제목에서 이미 등장한 개들의 초상이 있으며, 폭설 속에서 선수들이 뒤엉켜서 축구 경기를 하는 상황, 여행 가방에서 들려오는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 Iliad》의 첫 문장인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를 의미하는 모스 부호, 여고생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는 모습, 광주지역의 한 정신요양병원 건물과 함께 들려오는 벌레 소리, M-16과 AK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 한국 전쟁 이후 남과 북 그 어디도 선택하지 않은 전쟁포로들을 연상시키는 ‘Don`t take me home’이라 쓰여져 있는 여러 풍경 등 다양한 드로잉과 설치 작업들이 나타난다. 각 작품은 무엇인가 상징하는 이미지와 어떤 상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문구가 등장한다. 그러나 개별 작품을 하나씩 살피며 연결시켜 나가다 보면 서로 다른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상호 연관성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작가가 이러한 파편적인 전시의 상황을 지극히 보편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우리에게 자신만의 일관적인 형식으로 보여 준다는 점이다.
최대진은 특정한 사건과 상황을 모티브로 삼으면서도 단순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여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거나, 감정적 잔여물을 남기기 위해 숨겨진 이야기를 전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는 무엇을 작업으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결정과 선택만이 남은 듯하다. 이렇게 표면적 형식으로 보이는 그의 작업은 시간과 공간에 복잡하게 엮여 있는 사람들과 사회 집단 속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을 모순적으로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내용적으로 쉽게 연결되지 않는 작업들은 작가가 처한 모순적 상황에서 스스로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작가의 시선은 동시대를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 긍정과 부정, 감정과 이성, 관념과 실존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작가가 《개의 자리》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동시대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표면적인 서사들이 주는 정보가 아니라, 작가 개인이 경험하고 있는 상황과 시간을 작품이라는 형태로 어떻게 물질화 혹은 실체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예술적 태도일 것이다.
끊임없이 계산하고, 측정하고, 예측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는 개인의 감각적인 경험에 의한 것을 불확실한 판단으로 인식하며 믿지 않는다. 그리고 집단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영문도 모르는 채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순적 세상에 대해 분석적으로 객관화시켜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를 관통하고 있는 그 무엇인가를 스스로 사유하며 살고자 하는 태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 전시는 작품과 작품, 작품과 관객, 작가와 관객이 서로에게 침투하여 스며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모든 사건과 대상의 경중을 나누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위치에 놓고 동등하고 동질적인 상태에서 다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시작은 명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출발하지만 전시에서는 상호 연관성 없이 자유롭게 나타난다. 이는 결국 본격적인 이야기는 관객 스스로의 동력에 의해서 작동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며, 그들이 각자 자신과 연결할 수 있는 공통된 리듬을 발견하는 것이다. 결국, 《개의 자리》는 파편적이면서도 보편적이고, 존재론적이면서도 관념적이며,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일관된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의 자리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더 이상 영문도 모른 채 살아가지 않기 위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 소개
최대진 작가(b.1974)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느끼고, 이를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전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드로잉을 기반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맞춰 다양한 작업 매체를 활용한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신체선전》(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17), 《악한 목동》(소마미술관, 서울, 2015), 《Human Work》(대안공간루프, 서울, 2011)외 다수가 있으며《Presqu’ile Flottante》(바토 라부아, 파리, 2019),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8), 《밤의 호랑이들》(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 2016)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출처: 페리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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