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 서울
2026년 6월 4일 ~ 2026년 8월 2일
나무와 돌이라는 자연 소재로 빚어낸 조형 위로, 조선시대 선비들의 절제와 겸양의 미학이 조용히 머문다. 40여 년간 아트 퍼니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최병훈이 조현화랑에서 개인전 《머무는 침묵 Lingering Silence》을 개최한다. 조현화랑_서울에서 6월 4일 – 8월 2일까지, 조현화랑_해운대에서 6월 11일 – 8월 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장, 테이블을 포함한 〈Afterimage of Beginning〉 시리즈의 최근작들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자연석 한 덩이가 부드럽게 깎인 타원형 상판 하나를 받치는 테이블은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긴장 속에서 평형을 이루고, 여러 겹 맑은 옻칠을 입은 목재는 수면처럼 고요한 광택으로 주위의 빛을 모아 반사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 서있는 장은 목재 패널을 격자 구조로 짜 올리고 그 아래 자연석을 발처럼 받친 형상이다. 검은 마감 속 은은하게 배어나는 나뭇결은 수묵화의 원형처럼 자연을 기억하게 하고, 묵직하게 지탱하는 자연석은 수억 년의 세월을 현시점의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다. 갈고 닦인 목재의 정제된 표면과 거친 원시성을 품은 돌이 한 자리에서 맞닿으며, 두 물성 사이의 긴장이 극한에 이를 때, 두 저울이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찾듯 고요한 침묵이 찾아온다.
"침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이다. 침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내면에 스며들고, 공간과 시간 위에 천천히 내려앉으며, 마침내 사물의 깊이가 된다. 이번 나의 작품전 《머무는 침묵》 은 조선조 선비 문화 속에 존재하던 〈선비 정신〉 을 오늘의 조형 언어로 다시 사유하는 작업이다."
- 최병훈 작업 노트 중
최병훈의 작업은 돌을 채석장에서 작업장으로 옮겨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는 곧바로 손을 대지 않고, 돌과 오래 함께 있으면서 그 형상과 결을 살핀 뒤에야 최소한의 방식으로 개입한다. 목재를 다룰 때에도 긴 수공의 시간 동안 다듬을 것과 남겨둘 것을 가려내며, 갈고 깎는 과정을 통해 재료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게 한다. 물성을 뜻대로 주무르기보다, 재료가 스스로 드러날 수 있도록 기다리고 거드는 것.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해 조각과 가구, 조형성과 쓰임이 함께 놓이는 균형의 작업이 완성된다.
최병훈에게 선비 정신은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고, 절제된 태도 안에서 함께 놓이는 방식이다. 자기를 낮추는 겸양을 바탕으로 사물과 공간 안에 조용히 자리하며, 바라볼 때는 조각이 되고 쓰임이 더해질 때는 가구가 되는 태도다. 선비들의 사랑방을 채웠던 조선 목가구가 그러했듯, 실용과 미감은 처음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 전통 목가구의 형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온 그는 오래전부터 “세상에는 절대 가치란 없다”고 말해왔다. 조각이냐 가구냐 하는 이분법에 머물지 않고 지금껏 없던 새로운 가치를 향해 절제와 침묵으로 그의 긴 여정은 계속된다.
출처: 조현화랑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