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우스페이스
2018년 5월 3일 ~ 2018년 6월 12일
(c) 최영욱
일우재단은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달항아리를 통해 인생에서 맺어지는 여러 인연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화폭에 담아내는 최영욱 작가의 개인전을 기획했다. 최영욱 작가는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달항아리가 주는 순백의 풍만함과 너그러움, 그리고 그 달항아리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빙열氷裂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작가 내면의 모습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들 자아의 모습을 응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깊은 의미와 울림을 지닌 달항아리 이미지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매혹시켜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년에 걸쳐 올해까지 제작한 최근작들을 포함하여 엄선한 작품들 30여 점이 소개된다.
달항아리로 불리는 ‘백자대호白磁大壺 큰 항아리’는 조선시대 후기를 대표하는 백자로 크고 둥근 보름달을 닮았다고 하여 이러한 별칭이 붙게 되었다. 달항아리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다른 백자에 비해 높이가 40cm 내외로 굉장히 크다. 그리고 그러한 크기의 백자를 한 번에 빚는 것이 어렵기에 상단부와 하단부를 별도로 제작하여 중심부에서 연결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백자들과 다르게 완벽한 대칭과 비례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점이 달항아리를 어느 백자보다도 자연스럽고 질박한 맛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게 한다. 달항아리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밤하늘에 뜬 하얀 보름달처럼 순백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들에서 달항아리를 우리나라 미의 정수라고 꼽기도 하며, 수화 김환기 등 여러 예술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최영욱 작가가 작품 소재로 달항아리를 택하게 된 것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달항아리의 재현을 넘어서는, 작가 자신을 그대로 투영시키기 위한 매개체로서의 선택이었다. 최영욱의 작품들은 작가 스스로의 기억과 경험들을 달항아리 이미지에 하나로 응결시키고, 다시 그 속에서 보는 이들이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일종의 소통을 시도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많은 것을 말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극도로 세련된 그 피조물을 먹먹히 보고 있노라면 그건 이미 내 안에 들어와 내가 되어 버렸다.”라고 고백한다. 작가는 달항아리의 자태에 자신의 자아와 우리들 삶의 모습을 녹여내는 동시에 그 완성된 미에서 매순간 새로운 의미들을 발견하도록 한다.
최영욱의 작품은 마치 오묘한 달빛에 모든 사물이 잠기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다. 은은한 달빛에 스며든 자연과 인간은 하나가 되며, 달빛은 인생이 함축하고 있는 기쁨, 노여움, 슬픔 그리고 즐거움을 담담하게 끌어안는다. 최영욱의 절제되고 담백하면서도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달항아리의 이미지들은 마치 달빛처럼 우리의 삶, 카르마Karma, 인연을 암시하며 계속해서 풍부한 의미를 길어 낼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화폭에 하나로 응결시킨다. 그리고 이 응결된 이미지들은 보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출처 : 일우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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