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담
2016년 3월 2일 ~ 2016년 3월 15일
No.16_2_04, Chinese ink on paper, 56x76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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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조용한 새벽, 공기가 차갑다.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시간, 조용한 정적만 남은 새벽이 좋다. 작업을 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시간의 리듬이 새벽을 향한다. 가끔은 늦은 저녁에 하루를 시작 할 때가 있다. 나의 새벽 3시는 보통의 사람들의 정오 12시쯤의 시간과 같다.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공기의 변화에 의해 시간을 감지하기도 한다. 새벽 5시 작업에 더욱더 몰입하는 시간이다. '숨', '호흡', '숨결'의 미세한 변화에 집중한다. 마음의 내밀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빈 여백에 '원○'을 반복적으로 그려 넣는다. '원○'의 표정이 변한다. 어떤 형상을 재현하려 애쓰지 않고, 그저 무의식의 나의 '숨', '호흡', '숨결'에 몸을 맡긴다. 호흡이 차분해지면 명상하듯 천천히 '원○'을 그리기도 하고, 호흡이 급해지면 '원○'을 그리는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그리다 쉬기를 반복 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서 필선(筆線)과 농담(濃淡)의 미묘한 변화에 의해 움직임들이 생기고, 그 움직임을 따라 형상 또는 이미지가 서서히 눈앞에 나타나게 된다. 농묵(濃墨)의 먹으로 '원○'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은 동양의 회화 즉 시서화(詩書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점을 찍는 것과 선을 그리는 필법(筆法)과 묵법(墨法)과 관계가 있다. 필법(筆法)의 강약에 의해 선의 두께가 달라지고, 농묵(濃墨)으로 그린 그림에서는 농담(濃淡)이 나타나게 된다. 단순히 '원○'을 반복적으로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작은 변화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선의 강약, 태세(太細), 비수(肥瘦), 농담(濃淡), 완급(緩急)의 변화 등이 그림에 리듬감을 만들고 움직임을 만들어 추상적인 형상을 만들어 낸다. 조용한 새벽에 '숨', '호흡', '숨결'의 미세한 변화와 마음의 내밀한 움직임에 의해 그려진 '원○'은 자기성찰적이며 자기수행적 행위이기도 하다. 불교에 '자리이타(自利利他)', 즉 자신을 수행하여 스스로 이롭게 하여 그 공덕으로 남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와 같이, '원○'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은 개인의 번뇌와 욕심, 욕망으로부터 마음을 깨끗이 하고, 바른 삶에 대한 의지 등이 내포되어 있다.


출처 - 갤러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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