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아트큐브
2016년 6월 13일 ~ 2016년 7월 13일
구부러진 기억, 2016 콘크리트 외 혼합재료, 가변크기

기억들의 밤
인간의 기억은 순간의 감정에 따라 오래도록 남기도 하지만 때로 외부 자극에 영향을 받아 쉽게 잊혀지고 불완전한 것이 되기도 한다. 최희승은 이러한 기억의 특이성에 관심을 갖고 무의식 중에 인지하는 소리, 감촉, 냄새와 같이 기억과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는 비가시적인 성질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찰한다. 작가는 인간이 주변에 존재하는 만물과 반복되는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과 얽혀있는 기억을 떠올리고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관계를 찾는 작업을 이어왔다.
최희승은 지난 개인전 “사소한 흔들림”(2015)에서 익숙한 공간 안에서 인간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는 물성에 대한 탐구를 선보였다. 뚜렷한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계단과 문 틈 사이 희미한 불빛, 모호한 경계 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언의 존재를 유추하게 했으며 우리 주변 어딘가에 암흑물질과 같이 보이지 않는 수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신고 있던 신발을 남겨두고 떠나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담은 <Wrapped Shoes>(2015)는 신발을 왁스에 넣어 밀폐한 작업이다. 작가는 한 사람의 삶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신발을 굳혀진 왁스 안에 넣어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도록 포장했지만 의도적으로 사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여 반복되는 기억과 망각의 연속성에 대한 사유를 드러냈다.
이번 전시 “기억들의 밤”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는 과거의 기억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관계, 개인의 감정 등 기억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해 다룬다. 최희승은 감정과 사고, 의사표현 등이 과거의 어떠한 사건과 경험에 의해 작용한다는 생각 아래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콘크리트 베개에 형광등을 꽂거나 검도에서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호면에 핀을 박는 작업 등은 잠에서 깨면 잊혀지는 꿈과 같이 인간에게 완전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회상할 때 떠오르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의식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실제 경험한 것처럼 치부하고 기억을 왜곡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왜곡된 기억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과거 경험을 재구성하기보다 자의식을 버리고 변형된 기억을 망각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기억에 다가가고자 한다. 호면이나 목장갑과 같이 신체 보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물에 날카로운 핀을 꽂아 공격을 위한 것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은, 자의식에 의해 왜곡된 기억이 만들어낸 거짓된 인간의 모습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된 상황들을 대변한다. 두 개의 심벌즈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교차하는 작업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실과 점차 멀어지고 변모되는 기억을 묘사한다. 또한 작가는 한 지점에서 만날 듯 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어긋나 소리를 내지 못하는 심벌즈를 통해 잠재된 의식 속 기억의 본 모습을 찾으려 애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변형되어 이에 닿을 수 없는 상황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최희승의 작업은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억의 본질을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기억과 관계하는 존재를 찾는 과정과도 같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형될지라도 본래의 성질을 잃지 않고 간직하게 되는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삶을 점유하는 동시에 미래와도 연결되어 우리의 삶을 이끌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과거로부터의 기억들만이 나를 채우고 나이게끔 한다. 좋고 싫음의 판단도 감정의 표현도 기억으로부터 학습된 감정의 경력인 것이며 사유는 기억에 의존한다. 우리는 기억의 축적이고 시간은 이를 분해시킨다. 인간은 기억에 의존해서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 것이다.”
- 작업 노트 중
박해니 / ㈜로렌스 제프리스
평행 이인극, 2016, Cymbals, mixed media, Variable dimensions
흩어질 자취들을 위한, 2015, Silk, mixed media, 48 x 38 x 11cm
제목미정, 2016, Mask, pin, Variable dimensions
출처 - 송은아트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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