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갤러리
2022년 7월 6일 ~ 2022년 7월 30일
공기 In the Air
조정란, 누크갤러리 디렉터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조각들이 머릿속을 맴도는 날, 분주한 마음으로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실로 가는 동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딱히 무엇으로든 규정지어지지 않았다. 실체를 찾을 수 없는 무형의 생각들은 작업실 작가의 그림 위에 솜털 같은 동그라미로 또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 모양으로 그려져 있었다.
표영실의 마음은 먼 옛날 어린 시절 그 마음에 머물러 있는 듯 수줍은 분홍이다. 몽실몽실 솜사탕 같은 분홍의 꽃들은 꿈꾸는 소녀의 연정일 수도 있겠다. 목화송이 같은 꽃들 사이로 가늘게 얽혀있는 나뭇가지는 쭈뼛대는 소년의 미성숙한 마음을 닮아있다. 섬세하게 그어진 선들이 층을 이루어 슬픈 마음은 물방울 형태로, 부끄러운 마음은 둥그런 눈 자욱이 있는 얼굴을 감싸는 손으로 표현된 듯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밤에 핀 열정의 꽃은 서늘한 밤 기운을 태우며 농염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다. 어린 시절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렸던 밤하늘의 별과 달은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까? 그 시절 소원을 빌었던 달님은 자줏빛 밤하늘로 서서히 떠오르고, 유년 시절 그렸던 집의 형상은 솜털 같은 풍선을 타고 짙푸른 공기 층에 떠다닌다. 밤의 숲 속에서 반짝이는 반딧불 빛을 받은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은 작가의 내밀한 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린 내면의 감정들이 작가의 손을 빌어 형상화 되고 가녀린 풍경으로 그려진다. 수많은 생각들이 얽히고설켜 있지만 비어있는 공간, 그 공기의 느낌으로 형상화 된 풍경은 은은히 빛난다.
표영실은 형태가 없는 개인의 서사나 감정에 모양을 만들어 주고 색을 입힌다. 작가는 오랜 시간 미세한 선들을 쌓아 올려 감정의 가는 신경 선들이 내뿜는 공기의 온도를 작가 특유의 형상으로 또는 풍경으로 그려낸다. 무거운 감정의 복선도 차분하게 담아내는 그림에는 언제나처럼 조용하게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가는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참여작가: 표영실
출처: 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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