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스페이스 아이디어회관
2024년 11월 28일 ~ 2024년 12월 11일
<한 발은 밭에 한 발은 바다에> 는 아차도 주민 창작자 작품에서 발견한 에코페미니즘적 시각을 주제로 5명의 예술가가 지역의 여성 주민들의 일상을 함께 경험하고 공유하며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태도를 탐색하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산출한 작업과 결과물을 주민 창작자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함으로써 생산자와 창작자로서 연대하고자 한다.
아차도 주민 창작자들의 작품의 소재는 주로 자신들의 생활을 둘러싼 자연이다. ‘이들은 자연에서 한 평생 또는 반 평생 고단하게 일을 하면서도 자연이 지긋지긋하지 않은 지 왜 또 자연을 그릴까’ 란 질문에서 이 전시는 시작되었다.
2012년 처음 아차도에 왔을 때 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밭과 바다만 바라보며 줄곧 일만 하고 있었다. 이들한테서 발견한 섬세한 감성과 예리한 시각, 야무진 손끝은 2018년부터 시작한 주민들 주체적인 창작활동을 끌어내게 되는 가장 큰 동기가 되었고, 주민들은 오랜 세월 작은 이 곳에서 살며 눈으로 머리로 손으로 담아온 자연과 생산물, 겹겹이 쌓인 인생의 레이어를 시간이 담긴 듯한 붓칠로 그림 안에 조심스럽게 옮기기 시작했다. 고단한 노동은 좀 쉬어가고 그림을 그리자는 말을 조금씩 따라주던 주민들 사이에서 ‘일’에 관련한 소재가 대부분이었던 대화를 어느 새 창작과 예술에 관련한 이야기가 그 틈새를 점점 넓히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 이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의 몸만큼 무거운 채집물을 어깨에 매고 와서 무게를 달아볼 때, 눈에 보기에도 예쁜 모양의 작물을 수확했을 때, 그 뿌듯한 표정과 목소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꽉 채우는 자존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 사람들이 그렇게도 몰입해 있는 땅과 바다의 생태에, 자연의 성질에, 생산물의 수확량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고 예술을 하자고 이야기하던 나는 언젠가부터 이들과 같은 종류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갯벌에서 채집을 하고 밭에서는 작물을 재배하며 여전히 바쁘게 자급자족의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공들인 돌봄과 손질을 거친 생산물로 식사를 차리며 공동체를 건사한다. 전시 제목 <한 발은 밭에 한 발은 바다에>도 주민 한 분이 자신의 상황을 묘사한 표현이다. 농어업을 겸하고 있는 아차도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쪽 발은 밭에 한 쪽 발은 바다에 있을 정도로 때를 안 가리고 바쁘다. 물이 많이 밀려와서 바다에 나가 일하는 ‘사리’가 더 바쁘고 물이 조금 밀려오는 ‘조금’ ‘무시’ 때가 그나마 덜 바쁘다. 다른 말로는 이들이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에서 그만큼 능력자이며 모든 것을 자연과 함께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채집과 재배를 위해 땅과 갯벌에 몸을 납작 엎드려서 바닥과 최대한 밀착하니 신체도 그러한 모습으로 점점 변형되어 간다. 세월에 따라 신체도 자연을 닮아간다.
매일 봐도 좋다는 자연은 생계 유지를 할 수 있도록 먹여 살려주는 곳이자 가르침을 주는 선생이다. 자연한테 감사하고 자연 앞에 겸손하다. 자연과 밀착된 관계를 맺고 협력하며 사는 아차도 여성 주민들은 자연을 전유하되 지배하지 않고, 노년인 현재까지 자신의 몸을 통해 삶을 생산하는 창조적인 행위에 몰입하고 있다.
2022년 전시 <너는 이쁘다> 를 열기 위해 이들이 그리는 자연 그림을 분석하면서 사회주의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가 연구한 초기 경작자와 채집자로서 자급하는 여성의 역할이 아차도 창작자들의 자연과 관계 맺는 삶의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미즈에 따르면 여성은 외부 자연을 생산적이고 창조적이라고 인지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생산적이고 창조적이라고 여겼다. 여성은 자기 몸이나 대지의 소유자가 아니다. ‘키우고 자라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협력하고, 대지와 협력한다. 새로운 생명의 생산자로서 여성은 첫 번째 자급적 생산자가 되고, 첫 번째 생산 경제의 창안자가 된다. 여성은 자연에서 자란 것을 채집하고 소비할 뿐 아니라, 키우고 자라게 하였다.
여성주의를 책이 아닌 실제 공동체를 경험하고, 관계와 생활의 공유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발견하였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처음 여성주의를 언급했던 이후로 돌고 돌아 이 작은 섬에서 여성주의를 다시 만나고 말하게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이를 여성 예술가들과 공유하고자 하였고, 성장 과정과 주거 환경이 전혀 다른 주민과 예술가가 같은 시선으로 자연과 예술을 이야기하며 세상과 연결할 수 있을까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여성 예술가들과 지역에서 협업활동과 창작을 진행하고,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주제로 주민 창작자와 예술가가 함께 하는 전시를 열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주제가 공동체의 삶과 작품을 관찰한 결과에서 도출되었다는 것이 유의미하다. 이를 통해 불분명한 삶과 예술의 경계 어딘가에서 지역 주민과 예술가의 공생과 연대가 가능한가를 논의해 보고자 하였다.
이번 프로젝트와 전시를 통해 역사 속에서 우리가 기대고 있는 땅과 바다와 밀접한 유대관계를 가지며 모든 유무생물을 돌보았던 여성의 삶의 관점을 이들의 행적을 쫓아가며 또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아차도에서 진행하는 활동이 공공예술, 커뮤니티 아트 등 한정된 장르로 정의되지 않으며 실험적 태도로 변주하고 행동하는 실천적 예술을 지향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홍유경 (공간섬알 운영자)
기획: 홍유경
작가: 김순환, 김정희, 김혜경, 송동순, 송복자, 여정숙, 이승희, 이정숙, 조영분, 권예진, 김나래, 박효진, 윤결, 홍유경
주최, 주관: 아차도 예술공동체 공간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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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 385-2
운영시간
월요일 12:00 - 18:00
화요일 12: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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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2: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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