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갤러리
2015년 12월 3일 ~ 2015년 12월 29일
[네모난틀을 벗어난다고 틀을 벗어나는걸까] [Is breaking out really breaking out], 90x160x22cm, 적참나무 아이패드 영상프로젝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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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 프레이밍”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새로운 관계를 들여다 보다.
1990년대 말부터 활동해 온 한국의 대표적 비디오 아티스트 한계륜이 “알트 프레이밍(Alt Framing)”이라는 개인전을 선보인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전시는 영상 자체가 아닌 영상과 “프레이밍”의 대안적 관계에 주목한다. 형식적으로는 서사성이 강조되는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들과는 다른 일종의 비디오 조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형식적 특징은 자신이 떠올린 파편적 이미지들이 배열되고 충돌되는 사이에서 관계가 형성되는 움직이는 회화이면서 동시에 조각적인 성향을 취하고 있었던 그의 기존 작품들과 일정 부분 연장선상에 있다. 초기 1회 개인전 “수상기로 보기”와 2회 개인전 “바람 자전거”에서의 수십 개의 모니터를 조각적으로 구성하는 설치 방식, 3회 개인전 “말하다”와 4회 개인전 “누드의 민망함에 대한 연구”에서의 화면 속 영상 안에서의 조각적 입체감 및 촉각성을 살리기 위한 어안렌즈 촬영, 화면 다분할 편집, 구멍·틈 사이로 보게 하는 설치 방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번 6회 개인전에서는 보다 전격적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프레이밍”이라는 물질적 조각자체에 주목을 하면서 일부 작품에서는 비디오 영상을 아예 배제시키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프레이밍”은 실제 존재하는 가벽 뒤쪽 천장 공간에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깃발이라는 실제 오브제를 움직이게 하고 프레임만 설치해 관객들에게 마치 영상인 듯 보이지만 현실인 비현실적 풍경을 보여줬던 “깃발”이라는 최근 작품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번 개인전을 통해 본격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모난 틀을 벗어난다고 틀을 벗어나는 걸까”와 “의미 없는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다.”에서는 영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프레이밍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이밍 자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영상을 고민하고 삽입한다. 또한 “세계단”에서는 세 개의 물리적 계단 형태의 프레이밍 바닥 면에 각각 창을 만들어, 계단별로 영상에 담긴 실제 오브제, 사운드, 그리고 영상을 잘 보이지 않도록 숨겨 둔다. “좌 우 가 만들어낸 네모”에서는 움직이는 이미지(영상)은 움직이는 조각적 프레임으로 대체되고 이 프레임이 좌우로 움직이며 영상이 아닌 사운드를 담는 그릇으로 활용된다. “정교수가 되어도”에서는 영상뿐만 아니라 움직임까지 완전히 배제되고 정사각형의 유리판 위에 삐딱하게 매달려 있는 정육면체 조각 안의 사운드만이 파동이라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의 요소로 남아있다. 더 나아가, 거대한 프레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화면에 담겨 있거나, 밑에 숨겨져 있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 영상들은 틀이 규정해 버렸거나 삼켜버린 무기력해진 현실에 대한 작가적 관조로 해석되기도 한다.
반면, 이번 전시의 많은 작품들이 그의 과거 작품들보다 가상의 영상이 아닌 실제 물질적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이 모든 작품들은 가상의 3D 시뮬레이션에서 시작되어 실제의 공간에 물질적 조각으로 현실화 되는 과정을 취한다. 그리고, 이 물질적 조각들에 다시 프로젝션 맵핑 기법으로 가상의 빛과 그림자가 입혀지며 관객들은 가상과 물질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진 증폭된 새로운 공간에 초대된다. 또한, “세계단”에서는 관객들이 직접 프레임 속에 자전거 거울을 집어 넣어 작가가 만들어 놓은 영상, 사운드, 영상에 담긴 실제 오브제들을 각각 다시 비추어 보게 함으로써 가상의 가상, 가상과 실제의 추상, 실제의 가상을 단계별로 경험하며 그 어느 것도 가상도 실제도 아닌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주제 면에서 보자면, 한계륜의 기존의 작업들은 정해진 사회적 프레임 안에서 혹은 그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사소하면서도 나른한 일탈을 꿈꾸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예를 들어, “누드의 민망함에 관한 연구-교수와 여대생”에서 ‘유교’적 사회가 강요하는 관계와 ‘연구’라는 학술적 프레임을 동시에 활용하여 일탈을 꿈꾸는 교수와 여학생의 관계를 증폭시킴과 동시에 안전장치로 삼았다. 그리고, 다수의 달을 소재로 한 예전 작업들에서는 “서정성”이라는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라는 프레임 뒤에 인간의 성적 욕망을 은유적이며 몽환적으로 숨겨 두기도 하였다. 게다가 다소 저급하고 외설적일 수 있는 주제들을 예술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을 동원해 다른 차원의 경험인 듯 착각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나는 기존의 정해진 틀에 대해 한발 빠져 나와 그 프레임의 구조를 멀리서 바라 보는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어쩌면 현실이지만 더 비현실 같은 사건들이 쏟아지고 있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는 현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을 만큼 비현실적인 지금의 현실이라는 프레임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그리고, 작가가 만들어 놓은 현실과 비현실이 중첩되고 증폭되는 “알트 프레이밍”을 통해 관객들은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경계 없는 현실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 최두은(큐레이터)

[꽂히다] [Stuck], 10x10x100cm, 자작나무합성목 아이팟, 2015

[의미 없은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다.][Various Views about Meaningless Cases], 21x120x35~70cm, 자작나무합성목 아이팟, 2015
출처 - 트렁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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