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신관
2026년 6월 24일 ~ 2026년 7월 26일
“우리는 본능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것은 육식동물에게는 사냥 같은 것이고, 예술가에게는 창조의 욕구이며, 다른 이에게는 달리기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아주 자연스러운 어떤 것이며, 각각의 개인에게 고유한 삶의 방식이다. 이런 본능의 내부에서, 우리는 어떤 본질(Vérité)을 찾으려 했다. ‘그래! 좋아!’라고 분명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즉 ‘본질이라는 확실한 도덕적 입장’을 추구하였다.”—장 뤽 고다르, 1963
갤러리현대는 기존의 일률적인 거대 서사와 신화, 역사적 계보, 산업적의 패러다임이 해체되고 재편성되는 시대에 각자의 미적 지향점으로 동시대에 응답하는 ‘할 수 있는 자’ 여덟 작가를 선보이는 전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 PEUT)》를 개최한다. 장 뤽 고다르의 1979년 영화와 동명의 제목인 이번 전시는 위기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자가 알아서 대피하라’는 원제의 의미를 확장하여, 제도와 유행, 세대적 규범에 기대기보다 독자적인 감각과 태도로 작업해 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에는 동시대적 동양화, AI와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하는 구상회화, 여성 추상회화, 수행적 회화, 기하학적 추상, 조각 및 설치, 퀴어 정체성에 기반한 작업 등 다양한 실천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는 56년간 갤러리현대가 주목해 온 프로그램의 연장선으로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는 자리이다. 전시는 층에 따라 세가지 작은 주제로 묶인다. 1층 ‘이동, 틈 그리고 부유’에서는 김주영과 박민하, 2층 ‘여성 추상, 감각의 언어’에서는 박정혜, 안현정, 이혜인, 지하층 ‘거부하는 주체’에서는 정진화, 조이솝, 한선우의 작품을 선보인다. 갤러리현대는 동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기획전을 앞으로 2년마다 개최할 예정이다.
장 뤽 고다르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 PEUT)》는 프롤로그, 상상력(대안적 삶에 대한 비전), 두려움(급변하는 세상 속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 상거래(현실마저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로 상품화), 음악(구원받지 못한 인물들이 각자의 길을 가는 불협화음), 코다로 구성된 영화이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노동, 성, 인간관계, 미디어, 예술 등 세계가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그 안에서 ‘각자도생’으로 스스로를 구원하라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오늘날 우리는 기존의 가체 체계와 인식의 틀이 빠르게 재편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SNS와 디지털 플랫폼의 폭발적 증가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미디어 환경, AI를 비롯한 기술 환경의 급격한 발전,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정치적 양극화와 지정학적 갈등 등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단일한 역사관이나 이념, 미학적 규범이 지닌 권위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예술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온 거대서사와 신화, 역사적 계보, 예술 시장의 패러다임 또한 점차 그 영향력을 잃고 해체되었으며, 그 자리를 수많은 목소리와 관점, 정체성, 경험과 서사가 채우고 있다. 바야흐로 다원주의적 시대, 오늘날 예술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시간에 놓여 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전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 PEUT)》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미디어와 아트마켓, 세계적 기관과 플랫폼이 생산하는 담론과 키워드를 좇기보다, 시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는 감각과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또 그런 태도와 기질을 자신의 언어로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작가는 누구인가. 본 전시는 1980년대 이후 출생의 작가와 작품을 살핌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 전시에서 ‘할 수 있는 자’란 시대를 관통하는 직감과 감각을 감지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전환할 수 있는 소수, ‘구하라’는 명령은 윤리적 강요가 아닌, 그러한 감각을 지닌 자에게만 조용히 부과되는 책임에 가깝다. 전시에 참여하는 여덟 작가는 특정 유행이나 세대적 규범, 산업적 범주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미적 탐구를 지속해 왔다. 서로 다른 매체와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이들은 모두 동시대의 혼란과 변화 속에서 현실과 시스템, 보편적인 정서와 주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상태로 바라본다. 사적인 체험과 경험, 내적 논리에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감각을 정교하게 구축해 나가며, 그 불확실성을 회피하기보다 작업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러한 양상은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하여 독자적인 궤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만난다. 일률적 서사가 붕괴되고 파편화된 시대적 흐름과 유사한 맥락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기획은 미술계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 그리고 그 너머의 혼란한 현실을 함께 응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갤러리현대는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뮤지션 김오키과 협업하여 정규 앨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제작하고 6월 24일에 발매한다. 전시와 음악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모두 동시대의 불확실성과 변화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개인의 감각과 태도에 주목한다.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진단하고 그 이후를 상상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다시 마주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 PEUT)》는 시대에 대한 해답이나 특정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예술의 본질(Vérité)’이라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질문 앞에 관람객과 미술계, 예술계가 함께 머물러 보기를 제안한다.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 가치가 충돌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각자의 삶을 움직이는 가장 근원적인 감각과 충동은 무엇인가. 이 전시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를 요구받는 시대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바깥을 향해 있던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려보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가 각자의 감각과 본질, 그리고 여전히 예술과 현실이 요구하는 태도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참여 작가: 김주영, 박민하, 박정혜, 안현정, 이혜인, 정진화, 조이솝, 한선우
출처: 갤러리현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0:00 - 18:00
수요일 10:00 - 18:00
목요일 10:00 - 18:00
금요일 10:00 - 18:00
토요일 10:00 - 18:00
일요일 10:00 - 18:00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