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밈
2019년 6월 5일 ~ 2019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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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실체가 없고, 실재도 아닌 모호한 감정이라는 것들을 대상으로 모호한 화면을 만들어왔다. 이것은 나의 감각으로 느끼고 나의 상상으로 파악하는 내적 풍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개인전 ‘있다가 없어지는 덩어리’에서는 언어로 잡히지 않지만 나의 내부에는 분명히 남아 있는 감정적인 무엇들을 불편한 덩어리형상으로 그려내고자 했고, 두 번째 개인전 ‘아포리아’는 그렇게 존재하는 무엇들로 인해 생기는 심리적 고통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후 세 번째 개인전 ‘사이(似異:a gap between emotions)'에서는 나와 타자, 감정과 감정이 만나 관계를 만들어갈 때 생기는 틈을 주제로,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서도, 같지만 다른 순간들을 구체와 추상이 뒤섞인 화면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에 작업한 네 번째 개인전의 주제는 ’겉과 속‘이다. 그동안의 작업에서 내부의 갈등과 막혀있음에 대해, 혹은 내부와 외부의 간극, 괴리에 대해 생각했다면 최근의 작업들에서는 이런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 된다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비단 감정의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겉’과 ‘속’에 관한 것이다.
임신과 출산의 경험은 물리적인 ‘겉’과 ‘속’, 감정적인 ‘외부’와 ‘내부’가 모두 뒤섞이는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었다. 나의 속에 누군가의 겉이 들어있음과 동시에 그 겉은 다시 외부로 나와서 나의 내부에 엄청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며, 각자의 내부는 서로가 온전히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면서도 어느 순간은 완전히 동일시되기도 한다. 또한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서로의 내부를 상상하며 외부를 가꾸기도, 내부의 힘이 외부를 변하게 하기도, 외부의 변화가 다시 내부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며 둘은 서로에게 ‘의미롭게’ 된다. 어쩌면 분열되는 것이 필연인 두 존재가, 혹은 두 감정들이 같이 어울리며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것이다.
각각의 우주로 존재함과 동시에, 우주와 우주의 간극이 좁혀지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나의 우주로 체험되는 순간의 경험은 일상적인 관계 안에서는 쉽지 않다. 우리는 우주와 우주 사이에 틈이 있고, 분열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어떤 순간은 상상으로나마 나의 우주가 누군가의 우주에 반영되는 동일시를 원하고 꿈꾸기도 한다. 나는 그것이 현실에서 어렵다면 화면 위에서 회화적 언어로 해소하려고 한다. 겉과 속, 안과 밖이 서로 뒤섞이고 교차되며 결국은 한 덩어리가 되는 장면. 어딘가 불편하고 이상해도 그것조차 자연스럽게 하나로 어울려져버린 장면. 강한 것과 사소한 것이 합쳐지고, 선명한 색과 흐릿한 터치가 뒤바뀌고, 또렷한 선과 사라지는 자국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장면. 이렇게 화면 위에 나타난,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한 형상들은 가장 솔직한 나의 내적 풍경의 이미지이다. 나와 우리는 겉과 속이 뒤엉키고, 뒤바뀌며, 때로는 겹쳐지는 다양한 순간들을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구성하고, 감정들과 관계하며 삶을 살아간다. 결국 나의 겉은 나의 속이며, 그것은 너의 속이자 겉이 되는 것이다.
출처: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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