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움아트스페이스
2015년 9월 18일 ~ 2015년 10월 3일
허보리 개인전 : 무장가장 武裝家長

무장가장 武裝家長
던적스러운 삶 가운데서
이 사회가 생산을 하며 굴러가게 되는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이 살고자 하는 의지. 그 어떤 욕망보다 훨씬 원초적인 '살아남음'이다. 인류가 뾰족한 도구로 사냥을 하여 고기를 잡아먹고 생명을 유지하던 그때부터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인간은 치열하다.
이 사회의 최소단위인 가정이 굴러가기 위해 부지런히 돈을 버는 가장 家長들이 있다. 그것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그들은 이 사회와 문화가 그들에게 떠맡긴 알 수 없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기계적인 출근을 하고 그 안에서 상대방을 밟고 올라가야만 살아남는 잔인한 구조에 떨어지게 된다. 그것이 정말 내가 원했던, 혹은 나를 위한 싸움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 너덜너덜 투쟁을 하고 지친 몸을 끌고 돌아온다. 집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먹는 입' 食口들이 노동의 대가인 돈으로 음식을 먹고 배불러 지지배배 댈 때 비로소 야릇한 성취감과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가장 家長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겠지만 남성의 양복은 여성의 정장보다 매우 보수적인 형식과 색상 안에서 디자인되며 계절을 느낄 수 없고, 특히 목에 매는 넥타이를 꼭 해야만 선물포장의 리본처럼 비로소 정숙함이 완성 된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성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토록 정숙한 의상을 입고 우리는 죽지 않고 이 생을 이어나가기 위해 얼마나 던적스러운가. 그렇다고 어디로 도망 나갈 방도도 없는 채 그 '죽여야 사는 구조'에 우리가 갇혀 있다.
여기 몇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벗어나길 원하나 벗어나지 못함
정숙한 모습이나 정숙하지 못함
죽이고 싶지 않은데 죽여야 함
죽이고 있지만 물리적인 살인이 아님
내가 일하지만 일을 해야 하는 필연성을 강요당하고 있음
내가 일하지만 자아가 없음
과 같은 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살상을 하는 무기의 모양으로 돈을 벌기위해 필요한 전투정신을 말하되. 어떠한 상처도 줄 수 없는 무기력한 무기들의 질감으로 그 아이러니함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연민하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혹은 '우리 이제는 좀 다를 수 없을까' 라는 애통한 마음을 섞어서 많이 부드럽고 폭신하고 뚱뚱하게 만든다. 바지의 칼주름은 곡선을 그리며 늘어진 대포로, 정갈한 실크넥타이는 껴안기 좋은 크기의 보드라운 권총으로. 칼은 완전히 방전되어 축 쳐진 퇴근길의 직장인처럼 온전히 서있지도 못하게 그렇게.더 격렬하게 쓸모가 없는 무기들이다. /허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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