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
2019년 3월 22일 ~ 2019년 4월 27일
사회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몸으로 감각하여 인지하는 것보다 눈으로 보고 상상하여 인지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신체적 경험과 시각적 경험은 분명히 다르다. 허지혜는 순간적 경험에서 몸으로 기억하는 요소들과 감정들을 시작으로 작업을 한다. 특징적 물성을 띤 작품은 반복되는 실험 과정과 세부에까지 마음을 쓴 작가의 수공을 거쳐 만들어진다.
‹S.W.S›(Slip ,Wax, Slime)는 체험이 가능한 작품이며 계란의 모양과 질감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작가는 석고로 만든 틀에 흙물을 부어 얇은 껍질을 제작한 후 안쪽 표면을 왁스로 마감하고 직접 만든 밝은 파란색의 슬라임을 채워 넣었다. 작품이 벽에 던져져 터지면 파랗고 끈적한 액체가 사방으로 튀며 흘러내린다. 손에 물체를 쥐고 특정 목표를 향해 던진다는 행위는 분노, 반항과 같은 감정을 기억시킴과 동시에 놀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던지는 행위에 가담하는 참여자는 생각하는 태도에 따라 다른 감정들을 감각할 수 있다.
전시장에 설치한 박스 형태의 ‹Composite Method›는 작가가 ‹S.W.S›의 이동을 위해 만든 도구이다. 작가는 네 가지 틀에서 나온 다른 모양의 ‹S.W.S›가 최종 목적지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합판에 총 1000개의 작은 원을 뚫었다. «Electric Smash»전을 구성하고 물리적 결과물로 실현하는 과정은 석고를 깎아 만든 여러 개의 틀에서도 드러난다. 새하얀 석고 틀 안쪽에는 노란색, 연두색, 파란색 등으로 칠해진 부분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흙물과 녹인 왁스의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된 플라스틱, 라커, 우레탄등의 재료이다. 작가가 전시에 함께 나열한 여러 모양의 틀은 재료가 수축하고 건조되는 형상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허지혜는 지속해서 다양한 장소에서 작업의 주제와 관련된 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커다란 의자 위에 설치된 ‹Drawing Noise›는 2시간 30분 길이의 사운드 작업으로 경동시장, 인왕산, 세종대로, 낙원상가 등지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채집한 것이다. 던지는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을 등지고 듣는 움직임의 소리들 사이로 '퍽' 하는 소리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침투한다.
출처: Whi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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