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희갤러리
2026년 2월 5일 ~ 2026년 2월 25일
현오, 〈밀물〉, 2025, Acrylic on Korean paper mounted on wood panel, 117 × 91.1cm. 인가희갤러리 제공.
인가희갤러리는 오는 2026년 2월 5일부터 2월 25일까지 현오 작가의 개인전 《새벽에 남은 새》를 개최한다. 현오(한국, 1996년생)는 효율과 속도의 숭배, 경쟁과 소비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아실현의 모순과 불안을 회화로 풀어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개인이 사회적 구조 속에서 경험하는 압력과 유예,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밀도를 시각적으로 응축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작가는 성급한 선택의 순간 대신, 아직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채 머뭇거리는 ‘선택 이전의 시간’을 화면에 붙잡아 둔다.
전시의 핵심 테마인 ‘새벽’은 낮도 밤도 아닌 모호한 경계의 시간대를 상징한다. 화면 속 바다는 일식과 월식의 시간대를 통과하며, 빛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약화된 상태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러한 빛의 약화를 통해 인물과 사물의 윤곽을 오히려 또렷하게 드러내며, 집단의 일부로 인식되던 존재가 주변으로부터 분리되어 개별적인 존재로 떠오르는 ‘분리의 조건’에 주목한다. 〈그날의 바다〉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화면 속 존재들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위치하여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거나 먼 곳을 바라보며, 어느 한쪽으로 규정되기를 거부하는 애매한 존재성을 드러낸다.
특히 작가는 서브컬처와 애니메이션의 시각 언어를 차용하여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전달하는 한편, 세대적 공감과 비판적 성찰을 동시에 유도한다. 작업은 장지 위에 아크릴과 먹을 물에 묽게 개어 수십 차례에 걸쳐 쌓아 올리는 수행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물감은 빠르게 덮이지 않으며 반복적인 축적을 통해 서서히 밀도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화면 곳곳에 의도적으로 남겨진 흰 여백은 결핍이나 미완의 흔적이 아니라 개입을 유보한 상태로 기능하며, 이미지가 직접 말하지 않는 것을 관객이 감각적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걷는 물고기’, ‘야간 비행을 하는 새’,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나무’와 같은 도상들은 모두 기능적으로 완전하지 않다. 이들은 목표에 도달한 존재가 아니라 불완전한 상태로 지속되는 존재들이며, 성취나 극복의 서사를 제안하기보다 버티고 머무르며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시간에 주목하게 만든다. 《새벽에 남은 새》는 이러한 존재들을 통해 동시대의 삶을 영웅적 서사로 환원하지 않으면서도, 개인이 자기만의 리듬과 밀도로 경계의 시간을 통과해 가는 과정을 조용히 기록한다. 회화는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이 회색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참여작가: 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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