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O
2024년 3월 2일 ~ 2024년 3월 23일
넘나듦의 표면에서: 호리코시 코우타의 회화 작업
한 화면은 여러 면을 향한다—그리기와 지우기를 거듭하는, 닫혀 있으면서도 열려 있는 공간이다. 회화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경계, 즉 물감과 붓질을 담을 수 있는 모서리는 작품의 마지노선을 물리 공간적으로 결정한다. 붓을 든 자는 이 안에서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는데, 그 끝에 나오는 것은 전자 또는 후자의 승리가 아니라 둘이 머무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무언가를 그리거나 어떤 무엇이기를 거부하기 위해 지우는 몸짓이 공존하는 곳, 그것이 바로 한 화면이다. 이곳에서 닫히고 열려 있음은 그리기와 지우기, 그리고 칠하기를 통해서 더욱 활성화한다. 칠하기란 무언가를 첨가하는 그리기와 있는 무언가를 빼는 지우기의 양면적인 태도를 수용한다. 칠하기를 통해서 평면은 공간적 깊이를 부여받는다. 그림은 이제 공간이 된다—하지만 여전히 평면에 머문다. 평면 안에 공간이 만들어질 때, 우리의 시선은 한층 더 깊은 곳을 향한다. 닫혀 있음으로부터 열려 있음을 향하며, 벽처럼 막아서는 평면이 점점 시각적으로 뚫리기 시작한다—하지만 다시, 평면으로 돌아온다. 평면과 공간 사이를 이어주고 공존하게 하면서도, 둘 중 어느 하나로 통합되지 않은 상태—작품이라는 상태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야말로 칠하기에 의한 결과이다.
칠한다는 것은 어떤 곳을 영역적으로 가리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리기보다 덜 능동적인 성격은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대신 규칙적이고 장식적이다. 호리코시 코우타의 회화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칠하기를 통해서 색면을 다뤄 공간을 만드는 측면이다. 작가가 당시 미술학원 강사로 근무하던 교실의 풍경이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에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 구도인데, 교탁에 선 시점에서 교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교실 바깥에서 안으로 향해 시선을 보내거나, 교실 안에서 바깥을 보는 시선으로 그려진다. 강사라는 입장에 비해서 작품 속 장면은 은밀하게 엿보거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의 시점에 더 가깝다. 이 시점에서 잡힌 구도는 색면에 기반하여 공간을 그린다. 전체적으로 추상회화—그중에서도 색면회화의 인상을 뚜렷이 남기지만, 그에게 색면을 칠하기는 책상이나 창문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서 전개된다. 실제적 색면의 배치는, 어쩌면 강사가 아닌 학생의 시점으로 돌아와 공간을 관찰하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실기 연습과도 같다—사물의 관찰과 반복적인 연습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적 지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색면을 다뤄 공간을 그릴 때,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배열의 지겨움에 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텅 비어 있는 장면의 감수성에 빠지지도 않는다. 작품이라는 화면은 그 자체로 종착하는 평면이 아니다. 여기서 더 나아갈, 즉 열리는 곳이 있게 된다. 색면의 배치와 공간적 재현은 평면에 깊이를 만든다. 이 깊이는 면마다 다른 색감의 배열과 완전히 닫히지 않는 문 너머 보낸 시선이 어우러질 때 극대화된다. 작품에 보이는 것은 한 공간이 아니라 한 공간이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장면이다. 이는 재현 대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재현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색에서(from/on) 장면으로, 평면에서 공간으로, 닫힌 곳에서 열린 곳으로 넘어가면서, 그의 회화는 시각적으로 전개된다. 교탁에서 그려질 법한 책상의 배치 대신, 교실에 학생들과 같이 앉아 있는 것과도 같은 시점에서 그린 장면에서, 색면의 격자는 원근법적 체계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내면세계나 감수성을 담은 심상으로 가는 것을 거부한다.
작품에서 사람의 부재는 공허함으로 직결되어 그 안에 감정을 집어넣어 충만함을 획득하지 않는다. 오히려 형태에서 오는 깊이와 평면 사이의 넘나듦이 여기에 담긴다. 한 장소와 또 다른 장소를 넘나드는, 이 문턱에 선 시점에서 작품은 평면과 공간을 재현 안에서 넘나든다. 이 넘나듦은 궁극적으로 종이나 캔버스와 같은 공간 없는, 벽과 같이 막히고 또 닫혀 있는 곳에서 일어난다. 모서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중간적이다. 호리코시의 그림은 그리기와 지우기, 추상과 구상, 평면과 공간, 전지적 시점과 슬쩍 다른 곳으로 돌리는 시선이 넘나드는 문턱이 된다. 마지노선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지양의 공존 형태이다. 반복적 패턴에 이를 깨는 면모가 얹히면서 평면에 공간이 동시에 있게 된다. 칠하기를 통해서 얻는 것은 평면에 평면과 공간을 만드는 화면적 효과이다. 화면은 어딘가를 향한다. 그러면서 이곳에 자리하는 것이다. 실제보다 덜 있을지도(=뺀 상태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보다 더 많은(=추가된) 무언가가 있는 곳이다.
글 콘노유키
작가: 호리코시 코우타
기획: 신명철
서문: 콘노유키
그래픽디자인: 류승원
설치: 호리코시 코우타
주최: 코소
후원: 코소
출처: C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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