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지구
2015년 6월 19일 ~ 2015년 7월 12일
홍철기 개인전 : No Man’s Land 맹지
홍철기는 본다
‘퀄리티가 좋은 인화물도 아니었지만 사진을 통해서 보여 지는 가로수의 모습은 수 세기를 초월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가로수도 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왠지 그 변해버린 풍경 속에, 아니 변해가는 풍경 속에서 가로수는 변화의 모습들을 기억하며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듯 했고 앞으로도 있을 것만 같았다. 도시개발계획 속 도구 혹은 재료로서의 재단된 보도블럭 같은 느낌과는 다르게 나무껍데기의 거친 질감은 절대적인 시간의 흔적을 가로질러 과거 혹은 미래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로 보였다.’
가로수는 인공자연이다. 관리되는 자연으로서 가로수는 관리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것은 나무의 본성이다. 인간들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가로수가 인간의 손과 제어를 벗어나 무성해질 때 가로수는 기이해진다. 생명력, 번식력이 경이와 찬탄과 묘한 공포를 동반한다. 반대로 가로수가 죽어갈 때, 혹은 죽은 가로수, 이식된 가로수, 재개발, 재건축 가운데 살아남은 나무들은 감정이입을 불러온다.
가로수는 도시가 가진 희미한 자연의 기억이고, 자연은 제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이 장치들이 도시의 어떤 틈이 된다. 화이트 홀처럼 인공이 아닌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구멍이다. 그 구멍들은 은폐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홍철기의 경우처럼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이 바로 ‘결정적 순간’ 혹은 ‘셔터 찬스’ 일지도 모른다. 브레송과는 다른 의미에서.
아마도 홍철기가 본 가로수는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아니어도 상관없다. 사진도 가로수처럼 제어를 벗어나려한다. 가로수의 욕망과 사진의 욕망이 서로 만나면 사진은 읽을거리가 많아진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은 빈약해진다. 사실 피사체와 현실은 결코 빈약해지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 단지 사진이 그럴 뿐이고 그림들이 그럴 뿐이다.
그러므로 사진은 사실 늘 찍는 사람 자신이며, 좀 과장하면 모든 사진은 자화상이다. 빈약하면 빈약한대로 풍성하면 풍성한대로. 그러므로 사진은 최민식 말대로 ‘종이거울’이다. 단 그 거울은 늘 자신을 보여준다. 무엇을 어떻게 찍든 간에. / 강홍구(미술작가)

출처 - 합정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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