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독립
2024년 8월 28일 ~ 2024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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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왠지 비범함이 없고 무료한 삶인 것만 같이 들린다. 그러나 여러 가지의 이유로 분류된 인간군 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같지 않다는 이유, 다름에의 포비아를 가지고 서로의 개성보다는 동질성에서 안정감을 느끼면서 타자를 배척하는 것은 단지 인간의 본능인 것일까? 많은 이들이 영역을 선택하는 순간 경계선이라는 것이 생기고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작품 ‘On the Border’는 이러한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은 엇비슷해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타인과의 경계를 인지하고,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질문하면서 실질적인 자기 존재에 대한 이유를 고민한다. 모두가 똑같은 기성복같이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인간은 다름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계를 만들고 결국엔 그 경계선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On the Border’에서는 다수에 의해 서열화된 사회에서 소수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 자아와 타자를 나누는 보이지 않는 경계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커튼이라는 오브제로 풀어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커튼이다. 천장에 설치된, 공간을 가로지르는 긴 레일에는 바닥까지 이어지는 긴 커튼이 매달려 있다. 이 커튼은 한 장이 아니라 간격을 둔 다수의 커튼으로 시간차를 두고 서로 엇갈리면서 작동한다. 이 방에는 커튼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미닫이문이 한쪽 벽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데 이때 교차하는 커튼 사이로 보일 듯 말 듯한 정원 풍경은 경계 너머 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를 의미한다.
중앙 홀의 맞은편 방에 위치한 모니터는 레일의 양 끝점을 오락가락하면서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는 커튼을 보여준다. 끝자락에 숯가루를 묻혀 나르며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는 이 오브제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으면서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바닥에 검은 선을 만든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불완전한 인간과 그러한 인간의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경계선을 보여준다.
인간은 흑과 백으로 명백히 정의 될 수 없다. 흑과 백 그리고 그 사이의 다양한 회색으로 이어지는 연속선을 오가면서 선과 악, 남과 여, 좌와 우 등 한 개체 안에서조차 갈등하고 번민한다. 애초에 절대적인 경계가 없는 인간이 남과 자신을 나누는 경계를 만들어 적대하고 배척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작가: 홍희령
출처: 공간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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