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눈
2017년 11월 24일 ~ 2017년 12월 7일
황종현, <LOVE>, Light, 230cm×230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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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죄
내게 죄가 있다면
나를 사랑하지 않은 죄
나를 귀히 여기지 않은 죄
나를 믿지 않은 죄
이뿐이다.
분당선 수원방향 막차시간인 오후 11시 37분에 늦지 않게 서둘러서 작업을 마치고 역사로 달려간다. 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집으로 향하는 34분동안 내가 왜 예술을 하는지 생각한다. 단지 좋아서 시작한 미술인데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돈 버는 일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천덕꾸러기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할 때면 주머니는 허전해도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든든하다.
주머니가 허전한 나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재료는 흔한 공산품이다. 특히 드로잉을 하기에는 A3용지만한 것이 없다.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을 먹과 붓으로 A3용지 위에 그리는 행위는 마음을 정화시키고 웃음을 자아낸다. 반면 조각가임을 자부하는 나에게 조각작업은 애증의 관계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조각에 염증을 느낀 나는 아이디어는 물론 제작방법까지 온전히 나만의 조각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숨을 쉬도록 되살려보기도 하고 수만 가닥의 실을 일일이 기계에 연결하고 실 위에 그림을 그려서 조각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조각작업은 돈과 노동이 필연적으로 많이 소요된다. 그래도 완성을 하면 깊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나는 의도적으로 작품을 좁은 의미로 한정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 OECD 자살률1위, 산재사망률 1위, 가계부채 1위의 대한민국에서 20대 작가로 살면서 경험한 것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을 뿐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술을 재미있게 즐기는 문화이다. 내가 내 나름대로 즐기면서 표현했듯이 관객도 각자 나름대로 해석하고 표현하면서 즐기는 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과속방지턱을 빙자한 매트리스를 놓았고 그 위에서 관객들이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전시장이 놀이터가 된다면 비로소 작품이 각자의 마음속에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죄를 씻기 위해 작업을 한다.
Artist Talk : 2017. 11. 25. 4PM
출처 : 대안공간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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