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션
2017년 6월 18일 ~ 2017년 7월 9일
“건축” 매체를 “작업–인지”하기
일보직전, 그 에너지의 형상에 관하여
1. 황현진은 건축가이다. 그러나 대칭과 조형미 그리고 완벽함의 실재를 추구하는 일반적인 건축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그는 스스로를 비정형과 미완성 그리고 지역과 문화라는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자신을 귀속시킨다. 그는 건축이라는 매체를 다루면서 건축물 자체를 생산해 내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 한다. 그는 그가 바라는 어떤 사유를 좇고 있다.
2. 건축이라는 매체는 그 특성상 유한한 것이기도 하면서도 무한한 것이기도 하고, 자체로 미묘하면서도 확실하며, 또한 사소하기도 하지만 거대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내부이면서 외부이기도 하다. 어떤 지역에 한 채의 건물이 들어서고, 그것을 각각의 목적을 지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점유하였고, 그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필요를 지닌 사람들이 그 곳을 방문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하나의 건물이라는 틀은 곧 주변과 소통 혹은 단절을 야기하며 존재의 정체성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그 내부는 마치 인간을 구성하는 각각의 기관들이 작용하듯 쉴 새없이 움직이거나, 때로는 휴식을 취하며 건물의 활용을 위해 기능한다. 동시에 건물이라는 물체는 주변 환경과 영향을 상호 교환하면서 ‘지역’이라는 넓은 공동체를 새로이 규정짓도록 하는 이유를 제 창출한다. 그리하여 건물은 하나의 생명체(집합)과 등두(等頭)하며, 건축은 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모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3.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를 인간이라 보았을 때, 언젠가부터 건축의 실천은 이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 즉 물리적인 범주와 정신적인 범주를 함께 아우르고 이어내는 필요조건적 도구로 기능해 왔다. 단순히 자연이 선사하는 예측불가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의 변화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공간으로서의 존재 의미 이상으로 이제 건축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의 역할을 하면서 누군가가 원하는 삶의 방식, 그 자체를 약속한다. 특정한 공간은 이를 일구는 사람들의 목적 의식으로 인해 결정된다. 그러나 ‘의도 – 의미’의 순차적 단계는 이미 허물어져버렸고, 건축은 지금 인간의 삶을 유용하는 개별적 방법을 수만가지로 제시하며 많은 것들을 홀로 결정짓는다. 그것을 창조하는 시발점이 되는 건축가는 한층 복잡해진 매체의 성격을 좀 더 미묘하게 다뤄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을 길러내는 인큐베이팅의 정교한 기술이 곧 건축가에게 요구되고 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인간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4. 그만큼의 무게가 이들의 어깨 위에 지워진 만큼,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책임감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모든 상황에는 그것이 조성된 이유가 있듯이, 건축은 의뢰인과 마감일 그리고 이를 둘러싼 비용과 시간의 문제로 이미 점철되어 있다. 건축이 작업이 되기 위하여, 산업을 예술로 인지하기 위하여 건축가로서의 황현진은 창작 에너지의 응축과 발산 사이에서 특정한 자기 통제의 방식을 찾는다. 작가로서의 자유와 제공자로서의 위치적 한계 가운데서 그는 건축의 결과물의 도출에 대한 본인의 적정선을 설정한다. 때문에 설령 그것이 건축의 일반적 성향의 범위를 초월한다 할 지라도 그는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무정형의 건축 컨셉을 고안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작품 속으로 진입하며 기존의 ‘잘 지어진’ 건축물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의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때로는 엉성하거나 어색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디자인을 통해 그는 창작자 혹은 의뢰인의 의도에만 의존하여 그저 사용(死用)될 수도 있었던 건축물에게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다. 오롯이 기능의 목적으로 뒤덮혀 꽉 짜여진 건축의 도면에 유동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는 ‘상황’을 의도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건축물은 매체 혹은 도구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되고, 그것이 분출하는 에너지 자체는 그의 작업으로서 탈바꿈한다.
5. 황현진은 건축가이자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건축물과 내부를 구성하는 실내 디자인으로 구현되고, 그의 정신은 자유의 개념을 동반하며 펼쳐진다. 작가의 에너지는 곧 공간의 완성으로 산화될 것이다. 모든 것이 완성되기 일보직전, 그 에너지는 응축과 팽창의 최대치에 다다르게 된다. 하나의 스케일을 완성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는 현장과 스튜디오에서의 작업 본질로 환원하고, 이를 실천하는 황현진은 작가이자 건축가로서의 정체성을 순간의 디스플레이로 수집하고자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건축’은 비로소 기존의 인식틀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작업’으로서의 면면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낼 기회를 마주할 수 있다.
장진택 (인터랙션 서울 큐레이터)
Reception : 2017년 6월 17일, 오후 6시
주최: 인터랙션 서울
기획: 장진택
디자인: 김민수(Mdash)
도움: desi_architects
출처 : 인터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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