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센터
2015년 8월 7일 ~ 2015년 9월 20일
후죠시 매니페스토를 여는 진챙총은 후죠시다. 일본어로 썩은 여자라는 뜻의 후죠시는 망가나 아니메 등 서사를 축으로 둔 장르의 남성캐릭터에 독특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부류의 오타쿠를 뜻한다. 이들은 한 서사에서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의 외피에 다른 성격과 관계를부여하는데, 그것은 보통 게이 섹스의 형태로 드러난다. 즉, 원전의 서사 속에서 멀쩡한 이성애자 남성 캐릭터를 망상의 거울에 비추고성욕을 투여하는, 다소 과격하나 독창적인 하위 문화가 바로 후죠시에 의한 동인지 문화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생소하지만, 관심을 두는 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 문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충무로어딘가에서는 후죠시들을 위해 영업하는 인쇄소가 성업중이며, 후죠시가 직접 운영하는 ‘동인지’를 판매하는 행사는 충성도 높은오타쿠들에 의해 견고하게 운영되고 있다. ‘연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밤새 타블렛 위의 손을 움직여 뇌내 망상을 풀어놓는 후죠시들은 일본에서 1970년대 후반쯤 탄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는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그다지낯설지 않은 하위 문화의 한 형태다.
그런데 이러한 동인지 문화는 이제껏 꽤 폐쇄적인 형태로 향유되었다. 그것은 장르 자체가 남성기 노출을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하기때문에 생기는 심리적 장벽 때문이기도 하나, 사실은 그보다 더 크고 본질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소위 2D 캐릭터라고 불리는가상의 인물에 대한 사랑의 뒤틀린 형태에 작동하는 초자아의 윤리 때문이다. 후죠시들은 실제로 게임 안에서 즐기는 플레이어라기보다는 망상에 의해 상황을 설정하고 그것을 관음하는 것에 제 모든 성욕을 불태우는 설계자에 가깝지만, 한편으로는 욕망을 위해부득이하게 포기되어야 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윤리와 쾌락 사이의 아이러니는 해결되지 않은 채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간단한 방법으로 묵인되었고, 제 언어가 발각되기를 두려워하는 어떤 ‘소수자 정서’는 점점 더 뒤틀린 열렬함을갖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후죠시 매니페스토’라는 시리즈로 총 34점의 작품이 걸린다. 이 작품들은 게이 섹스에 대한 망상을 후죠시가 이미지를통해 어떻게 시각-언어화 해왔는가에 대한 일종의 샘플북이다. 현실에서 해결되지 못한 에어-자지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후죠시가어떤 모양의 의미소를 사용하며 폐쇄계를 이루었는지 살펴보는 장으로서의 현대 미술. 이러한 복잡한 지형 위에서 과연 후죠시 진챙총이선언하고자 망상하는 것은 무엇일까.
출처 - 커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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